27/05/2026
망원동 신계원 소아과 건물 지하에 멋진 서점
가가77페이지에서
신간 그래픽노블 [용기가 없을 뿐] 북토크를 합니다.
[어쩌다 보니 가구를 팝니다]의 후속작이기도 하고,
사실 따로 보아도 되는 개사원의 이야기 예요.
함께 부담없이 책 이야기 나누어요.
6월 4일 목요일 저녁 7시 예요.
참가비는 만원, 책 구매시 3만원 입니다.
책방 인스타 프로필링크로 예약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길벗어린이
#이수연그래픽노블
#용기가없을뿐
25/05/2026
서촌 그 책방에서
#비가내리고풀은자란다
수채화 워크숍을 함께 했습니다.
요즘 수업 끝나면
자꾸 입에 뭐를 넣어주시는 분이 많아지신듯.
(제가 배고파 보이나요?)
늘 따뜻한 분위기, 서촌 그 책방.
긴장하지 않고 편안하게 즐겁게 집에가서도 또 그리시기를!
함께 해주신 한분 한분,
감사합니다!
23/05/2026
피곤했는지 입안이 다 헐었다. 그래도 잠을 몇 시간 자고 일어났더니 그럭저럭 쉬는 기분이 들었다. 바다가 며칠 만에 나를 보자마자 안아주었다. 그리고는 중얼 거린다.
“엄마 머리 냄새가 바뀌었어.”
아이들을 꼭 껴안으며 언어와 보이는 것으로 기억되는 관계가 있고, 촉감과 온도, 냄새로 기억되는 관계가 있다. 아마도 후자가 더 친밀하고 애착이 깊은 관계일 것이다. 그 관계에 어떤 적당한 이름을 붙여 놓는다고 해서, 그런 체온과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생기지는 않는다. 서로가 알게 지낸 지 몇 년이 지났다고 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친밀감이 깊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빈도수나 시간을 보냈다고 해서도 아니다. 그럼 무엇일까? 무엇이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애착하게 하는 걸까? 내가 누군가를 안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자연스럽게 상대방도 나를 안아주고 싶어 지게 되는 걸까?
바다가 내 앞에 자꾸 알짱거린다. 가는 어깨를 꼭 안아주고 어깨에 머리카락에 뽀뽀를 한다. 하늘이가 새벽에 침대에 누워있는 나에게 다가온다. 게으른 엄마를 한참을 꼭 껴안고 또 껴안아 준다.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꼭 안아준다. 나는 다르게 할 말이 없어서 그냥 두 눈을 꼭 감고 아이들의 따스함과 부드러움을 만끽할 뿐이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너네는 어떻게 이렇게 나를 안심시키는 걸까.
거리의 매대에서 친숙한 어떤 모양을 골랐다.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는, 대수롭지 않은 어떤 모양을 고른다. 그것을 받는 이에게는 그것이 중요하니까. 적어도 내가 알기론 그렇기 때문이다. 가격이 내 기준에 맞지는 않았지만, 같은 모양은 없을 것이다. 이 물건을 받는 이에게는 이 모양이 의미가 있다. 그게 숫자보다 더 중요하다.
호주에 크리에이티브 오스트레일리아 단체의 관리자에게 그림책 한 권을 선물하고 싶었다. 그 사람의 프로필 소개글을 성의 있게 읽는다. 화려한 프로필이 길쭉하다. 난민이슈에 관심이 있고 시를 공부한 적이 있구나. 내 책 중에 [많은 사람들이 바다로 가]를 줘야겠다. 다른 책 보다 아마도 그 책이 그 사람의 취향일 것이다. 선물하면서 왜 난민들이 새로 그려졌는지. 날개가 없는 사람의 몸을 가진 새가 얼마나 부자연스럽고 답답할지. 그런 이야기를 덧대서 짧게 말해 주었다. 텃새나 철새 단어를 미리 외워갈 것을. 뒤늦게 후회가 남는다.
언젠가부터 상대가 원하지 않을 것 같은 선물을 감정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나이가 들면서 나는 그것을 조심스럽게 파악하고 내가 애정을 가지는 이들의 취향과 눈길을 따라 읽는다. 그것이 마치 아주 중요한 세상의 비밀인 것처럼. 나는 모두가 아는 사실보다, 그런 것들이 중요해진다. 새와 꽃 그림이 그려진 하얗고 바스락거리는 봉투 속에 선물을 받을 이가 좋아할 만한 어떤 모양을 넣는다. 내가 아는 그 사람은 이것을 의미 있다고 받아줄 것이다.
같이 저녁을 나눠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밤이 늦어졌다. 뜨거운 찻물을 한 번 더 채웠다. 아이들은 잠이 들었고 밤이 깊었지만, 이야기는 아마도 매듭짓지 않으면 더 길어질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자주 만나기도 했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우리는 한 번도 헤어질 때 서로를 안아준 적이 없었다. 어두운 밤거리에 차 뒷좌석에 짐을 싣고 문을 닫았다. 고개를 돌리자 가로등 불빛이 앞에 서있는 사람의 등위로 튀었다. 그 순간, 이 사람을 안아주고 싶었다.
어려서부터 누군가에게 상의하는 것. 질문하는 것이 어려웠다. 나이가 들면서 그런 순간이 여전히 쉽지 않고, 점점 더 망설여지는데 그것을 받아줘서 고마웠다고, 감사하다고 뜨거운 찻물을 넘기며 천천히 말했다. 지난 시간, 나를 순수하게 응원해 준 사람이니까.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사람이라는 것. 나보다 어른인 사람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 그걸 표현하고 싶었다.
일초일까? 이초였을까? 아주 짧은 시간 가로등 불빛이 흔들렸고 앞에 있는 사람이 선뜻 다가와 두 팔을 벌리고 나를 꼭 안아주었다. 내가 누군가를 안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자연스럽게 상대방도 나를 안아주고 싶어 지게 되는 걸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는데 그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포근한 감촉이 스쳐 지나가고 몇 가지 질문이 남는다. 떠나가는 차를 바라보며 아무도 듣지 않는 밤거리에 중얼거린다.
“운전 조심해서 가세요.”
23/05/2026
“IN BOOKS LIES THE SOUL
OF THE WHOLE PAST TIME
THE ARTICULATE AUDIBLE
VOICE OF THE PAST
WHEN THE BODY
AND MATERIAL SUBSTANCE
OF IT HAS ALTOGETHER
VANISHED LIKE A DREAM”
책 속에는 지나간 시대 전체의 영혼이 살아 있다.
책은 이미 사라진 과거가 남긴 분명하고도 생생한 목소리다.
비록 그 시대의 몸과 물질은 꿈처럼 모두 사라졌을지라도.
아르코와 한국과 호주 교류 프로그램 참여로 박현민, 경혜원 작가님과 창비 서정민 편집자님과 함께 시드니에 다녀왔다. 숀텐 말고는 내가 호주라는 나라로 인식하고 있는 작가가 없었다. 두 나라가 서로 더 교류하기 위해서는 우선 서로를 천천히 깊게 더 알아가야 겠지. 그 과정의 시작으로 보였다. 여러 장소를 갔지만 특히 NSW도서관 방문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일러스트레이션의 미감과 호주 특유의 소재와 주제, 정서의 차이점이 크게 다가왔다. 도서관 벽에 새겨진 글귀가 아름다워서 담아왔다. 아마도 나는 저런 이유 때문에 책을 하루도 안빼고 사고 보고 만지고 만들어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호주는 자연 환경이 워낙 강렬한 나라라서, 그림책에도 자연이 단순 배경이 아니라 바다, 사막, 호주 특유의 숲과 들판, 야생동물, 기후, 계절 변화 등이 책과 작가의 정체성과 연결되는 특징을 보였다. 이렇게 웅장하고 에너지 넘치는 나무와 바다가 있는 땅이라니. 이런 곳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분명 그들의 정서에도 깊은 자국을 남길 것이다. 간 곳 중 본다이 비치가 참 좋았다. 새벽에 서서히 동트는 하늘과 한국과는 다른 파도들, 바다의 결을 그대로 담아낸 절벽과 돌들, 그 모든 흔적이 아름답고 웅장했다. 이른 아침부터 산책과 수영을 나오는 부지런한 움직임 속에서, 이 사람들은 이 자연이 얼마나 거대한 행복인지 자각하고 의식하고 있을까 그런 의문이 들었다.
마지막 날은 너무 피곤해서 죄송하게도 도서관에서 서서 졸아버렸다. 최대한 많이 받아들이고 보고 담아오느라 입 안쪽과 발가락이 짓물러 버렸지만, 새벽부터 나가서 걸었던 모든 걸음에 후회가 하나도 남지 않는다. 대담과 네트워킹,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가 모두 의미가 있었고 여운이 남았다. 책방 투어 하면서 도서관의 전시관에서 만나거나, 중고 서점에서, 작가님들과의 대화에서 건져올린 몇 개의 책을 구매했고 한동안 그것들을 둘러보며 여운이 오래 오래 남을 것 같다. 겉으로 드러난 것뿐 아니라, 보이지 않았던 많은 배려와 보살핌, 행운들을 잔뜩 만난 여행이었다. 이 교류에 초대해 주시고 진행해 주신 아르코 팀과 함께 해주신 한분 한분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이렇게라도 남기고 싶다. 감사하다.
#아르코
#한호그림책교류
#박현민작가
#경혜원작가
#창비출판사
21/05/2026
작년 길벗어린이에서 출판된 [비가 내리고 풀은 자란다] 가 요즘 기쁜 소식을 많이 가지고 오네요. 2026국제도서전한국에서 가장 즐거운 책 선정에 이어 2026 AFCC 일러스트갤러리에 선정됐습니다.
The Book Illustrators Gallery (BIG) is a key feature of the Asian Festival of Children’s
Content (AFCC).
Since its inception in 2010, the Book Illustrators Gallery (BIG) has been a key feature of the Asian Festival of Children‘s Content (AFCC). It showcases the best picture book illustrations by illustrators and artists from Southeast those based in Asia and in the global diaspora.
**Book Illustrators Gallery(BIG)**는 **Asian Festival of Children’s Content(AFCC)**의 핵심 프로그램 중 하나입니다.
2010년 처음 시작된 이후, **Book Illustrators Gallery(BIG)**는 **Asian Festival of Children’s Content(AFCC)**의 대표적인 행사로 자리해 왔습니다. 이 전시는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아시아 지역 및 전 세계 디아스포라(해외 거주·이주 공동체)에 기반을 둔 일러스트레이터와 예술가들의 뛰어난 그림책 일러스트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For 2026, the Open Submissions category received more than 650 illustration submissions across 20
countries and territories.
Of these, more than 330 illustrations by 68 artists have been selected to become part of the Open Submissions gallery. Featured illustrators come from Australia, China, Egypt, France, Hong Kong, India, Indonesia, Iran, Mongolia, Nepal, Pakistan, Philippines, Singapore, South Korea, Taiwan,
Thailand and Vietnam.
This year‘s gallery revolves around themes of growth,
diversity, self-discovery,
friendship,
teamwork,
courage,
empathy, nature and
responsibility, among others.
AFCC is grateful for the continued support of its curation partners: Everafter Books (China);
International Youth Library (Germany); Chihiro Art Museum (Japan); Hyundai Museum of Kids’ Books and Art (Korea); National Library Board and David Liew (Singapore); GatheringBooks (UAE); Eric Carle Museum of Picture Book Art (USA); and Initiative of Children‘s Book Creative Content (Việt Nam).
08/05/2026
지난해 썼던 몇 편의 짤막한 글들과
여름의 연필 더미 작업들을 지나서
겨울과 1월까지 이어져서 채색을 하느라 힘들었다.
그림 몇컷이 천천히 추가됐고
글은 아주 많이 자주 고쳤다. (혼란, 죄송합니다.)
드디어 마무리가 되어가는 새 그래픽노블 [용기가 없을 뿐]
드디어 새 옷이 정해졌고, 다음 주에 인쇄를 앞두고 있다.
모든 페이지를 섬세하게 다듬어 주신 감각쟁이 김연수 디자이너님,
한 글자씩 붙잡고 이런저런 고민을 같이 해주신 든든한 김지원 편집자님,
5월부터 6월까지 이어지는 신간 홍보 일정을 빼곡히 짜주신 마케팅팀과
늘 응원해 주시는 고마운 송지현 이사님.
어젯밤 자기전에 일정 문자를 받고
이 한 권을 가지고 이렇게 깊게 애써주는 마음들이 느껴져서 감동받았다.
3년째 같이 세 권의 책을 만들고 있는데 작년에 출판한
[비가 내리고 풀은 자란다]가 서울 국제도서전 2026 BBCK [한국에서 가장 즐거운 책]에 선정돼서 놀랐다.
[어쩌다 보니 가구를 팝니다]에 속편인 이 책은 사실 먼저 읽어도 크게 상관이 없는
구분되는 이야기다. 그래도 함께 있으면 묘하게 속편처럼 보이기를 기대하며 기획했다.
앞서 출판된 두 권의 책이 2025년과 이어서 2026년 AFCC 일러스트 갤러리에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최근 받았다.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인정을 받은 것 같아서 기쁘다.
모든 책이 한 권씩 마무리 될 때마다, 나는 큰 공부를 하고 졸업을 하는 기분이 든다.
최고의 선생님이고 동료인 길벗어린이 출판사에 늘 감사하다.
#용기가 없을뿐
#그래픽노블
#이수연그래픽노블
#길벗어린이100세그림책
05/05/2026
Date: Tuesday 19 May 2026
Conversation: 6pm-7pm
Networking Event: 7pm – 8pm
Venue: Korean Cultural Centre Australia, Ground Floor/255 Elizabeth St, Sydney NSW 2000
About the Event: Join five inspiring children’s authors from Korea and Australia for a special conversation on nature, animals, and the environment.
Through their work, the authors explore how children’s literature can encourage curiosity, empathy, and a deeper understanding of the world we share.
Discover how storytelling helps young readers connect with nature and learn the importance of living together in harmony. The In Conversation program will be followed by a networking opportunity, inviting audiences to continue the discussion and connect with speakers and fellow attendees.
날짜: 2026년 5월 19일 (화요일)
대담 프로그램 (Conversation)
장소:
Korea Cultural Centre Australia
(지상층 / 255 Elizabeth St, 시드니 NSW 2000)
[행사 소개]
한국과 호주의 어린이 작가 5명이 참여하는 특별한 대담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이 행사는 자연, 동물, 환경을 주제로 진행됩니다.
작가들은 각자의 작품을 통해 어린이 문학이 어떻게 호기심, 공감 능력, 그리고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세계에 대한 이해를 키울 수 있는지 탐구합니다.
또한 스토리텔링이 어린 독자들이 자연과 연결되고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배우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소개합니다.
03/05/2026
내 눈은 점점 더 아래쪽으로 내려가고 있어.
저 꽃과 줄기를 지나, 뿌리 쪽으로 아무것도 안 보이는 저 흙 안쪽으로. 더 더 그 밑으로 들어가서 저 아래 까만 어둠을 들여다보고 싶어.
아무것도 없는 상태부터. 아직 싹을 틔울 생각도 안 하고 있는 조용하고 조그만 그 알갱이로부터. 다른 이들이 봐주지 않아도 상관없어. 그 생각이 점점 더 확신처럼 들어. 내가 보고 있으니까.
붉거나 하얗거나 노란, 예쁜 꽃이 아직 피지 않았어.
꽃은커녕 연두 빛의 줄기도 충분히 뻗어 나오지 못했어.
아무도 쳐다보지 않아. 그저 지나쳐 버리지.
니 앞에 쪼그리고 앉을거야.
빨리 나오라고 재촉하지 않을게.
저 아래 차오르는 때를 기다리고 있는,
아무것도 없었던 그 시작을 오래오래 간직하는 거야.
설마, 지금 우리가 보여주는 게 전부일 거라고 생각하는 거 아니지?
난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해.
빗물이 고이고 진흙이 튀었어. 사람들이 무심하게 발로 짓이기고 지나갔어. 그러려니 해. 다들 그렇게 흙 속에 일들을 지켜보지 않으니까.
지금 너무 혼란스러워. 가끔 머리가 흔들거리고 눈앞이 귓가가 멍해지고 그래. 드디어 알갱이가 무언가를 움트려고 움찔움찔, 움직이고 있어서 그럴 거야. 이 모든 흔들림은 다 이유가 있을 텐데.
사실 나는 욕심이 많지.
어쩌면 이 모든 말, 다 위선일지도 몰라.
그래도 그런 사람이 된다면 더 좋을 것 같다.
소곤소곤 작은 목소리를 들으려고 땅에 귀를 기울이며 애쓰는 사람.
30/04/2026
기다리며 길에서 흥얼거리는데
지난 기수 수강생이 나에게 뚜벅 뚜벅 걸어온 아침.
오가는 길,
반응은 늘 느리지만.
나눈 모든 말들이 좋았습니다.
감사해요.
#귀한것은쉽게얻어지지않아
27/04/2026
-엄마. 저기 드문 비둘기야. 흰 비둘기야.
왼손에는 하늘이의 손을, 오른손에는 바다의 손을 잡고 걷는 중, 길에서 비둘기들을 만났다.
회색 비둘기만 보다가 흰 비둘기를 보니 등이 뽀얗고 동그랗다. 회색 시멘트 바닥 위에서 동그란 하트 모양의 등이 또렷이 보인다. 귀엽다.
-귀엽네. 이쁘다.
-그렇지?
-살구 생각난다.
-왜?
-살구도 등이 저렇게 동글동글 하잖아. 노랗게 빛나고. 흰 비둘기 이쁘네.
오른손을 당기며 바다가 묻는다.
-엄마, 비둘기 하고 친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해?
-글세. 뭘 한다기보다는, 먼저 더 중요한 게 있어.
쟤들도 귀신같이 아는 게 있거든.
-뭐를 아는데?
-누가 자기를 진짜로 좋아하는지. 아닌지.
-그럴까? 잘 모를 것 같은데.
-살구 봐. 너네는 곁 안주잖아. 엄마한테만 와서 뽀뽀하고 애교 부리고, 따르잖아.
-그런데 엄마도 가끔 물리잖아.
-그건 살구가 타고나기를 파이터라서 그래. 그건 할 수 없어.
-살구가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복서가 됐을지도. 우리 집 괴수잖아.
-그래도 살구는 알아. 엄마가 자기 진짜 이뻐하는 거.
살구의 밥을 챙겨준지 십일 년이 지났다. 새장 문을 열면 서두르지는 않고 차분하게 깡충 뛰어서 내 손가락 위로 올라온다. 까만 두 눈동자가 조용하게 나를 바라본다. 어떤 생각을 하는지 다 알 수는 없지만, 살구가 나를 믿고 있다는 것, 그것 하나는 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기한테 하는 행동들이 하나 둘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더 확실하게 알게 되거든. 십일 년 동안 엄마가 매일 밥 주고 물 챙겨줬잖아. 걔는 엄마를 믿는 거야. 행동으로 보여줬으니까.
-그래? 새랑 친해지려면 그렇게 까지 해야 돼?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어떤 남자아이들 무리를 길에서 만났다.
하늘이가 소리를 지른다.
-아니! 선호야! 너를 여기서 만나다니!
내 손을 놓고 친구에게 뛰어가는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망설임 없이 달려가던 하늘이는 선호라는 아이의 얼굴을 가까이서 바라보고 또 환하게 웃고, 바로 품 안에 꼭 껴안는다.
그리고는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껴안고 빙빙 돈다. 둘이 얼마나 애틋한지 옆에서 보니 당황스럽다.
-너무 반갑다!
둘은 겨우 겨우, 다른 친구들에 밀려 떨어졌고,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양팔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멀어진다.
-언제 적 친구길래 그렇게 껴안고 동동 뛰고 난리야? 오랜만에 만났어? 유치원 친구야?
-아니. 같은 반 친군데? 매일 만나는데?
-이산가족 만나는 것 같던데. 그렇게 반가워? 내일 아침에 또 만나는데?
-응. 반가워. 내일 또 만나도,
내가 말해준 새와 친해지는 방법은 아주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방법이지.
그런데 내가 알려주는 게 정답은 아닐 거야.
어쩌면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너의 방법이 더 맞을지도.
열 살인 너희는 모든 반응이 한없이 투명하고 가볍다.
나보다 더 충실하게 지금에 부딪힌다.
망설이지 않고 다가가서 얼굴을 만지고 바라보고 껴안고, 반가우면 반갑다고 보고 싶었다고 높은 목소리로 말하고, 헤어질 때는 아쉽다고 말하는 그 능력 말이야.
지금 이 자리에 내 앞에 네가 있어서, 나는 지금 더 이상 바랄게 아무것도 없다는 듯이 환하게 웃는 그런 순간들 말이야.
꽃을 오랫동안 시들지 않고 보관하는 팁을 묻자 대답이 흥미로웠다.
-꽃은 원래 오래가는 게 아니에요. 꽃의 역할은 우리를 현재에 머물게 하는 거예요. 꽃은 자라고, 피어나고, 가장 빛나다가, 사라져요. 그 순간에 머물러야 해요. 눈을 깜빡이면 모든 게 사라져요. 꽃들은 현재에 머물러요.
작년에 처음으로 돈을 주고 꽃병을 샀다. 모든 꽃은 초록 줄기에 있으니까, 어울리겠다 싶어서 초록색의 투명한 유리병으로 주둥이가 넓은 꽃병이었다. 거실 찬장에 유리병을 얼룩 없이 깨끗이 닦아 제자리에 넣어둔다. 꽃을 받을 때마다, 따라올 며칠을 더 사랑스럽게 보낼 수 있겠구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소중하게 그 초록 유리 꽃병에 담아내야지. 여리고 예쁜 꽃잎이 싱그러웠던 그 순간을 위해. 쌓이는 것들과 순간으로 드러나는 것들을 소중하게 끌어안기 위해.
26/04/2026
웅진주니어 출판사와
서촌그책방이 함께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달에서 아침을] 북토크를 오늘,
아늑한 책방 마당에서 진행했습니다.
책의 제작 과정, 동기와 시작, 연필더미, 채색 과정, 다른 책들 이야기, 짧은 질문들도 함께 나누었습니다.
일년에 이렇게 마당에서 이야기 나눌 시간이 얼마나 있겠어요.
그림을 다 그리고 일곱시 사십분쯤 하늘을 보니,
깊은 파랑색이 너무 맑고 아름다워서 감탄했습니다.
오늘 자리해 주신 한분 한분,
모두 오늘의 날씨와 하늘처럼 아름답고 따뜻했습니다.
잊지 못할 시간이었어요.
감사합니다.
#달에서아침을
#서촌그책방
#웅진주니어